생성형 AI가 가져온 사이버 보안 패러다임 변화

인공지능(AI)은 이미 다양한 산업과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은 사이버 보안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과 동시에 복합적인 위협을 안겨 주고 있다. 생성형 AI는 비결정론적(Non-deterministic) 컴퓨팅 방식을 택해 동일한 입력에도 매번 다른 출력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기존 규칙 기반 혹은 지도 학습 기반 AI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예측 모델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나 편향이 발생할 여지를 만든다. 예컨대 생성형 AI 알고리즘은 자체적으로 새로운 데이터를 ‘창조’해낼 수 있기 때문에, 딥페이크(Deepfake) 영상이나 오디오처럼 실재와 거의 구분이 불가능한 콘텐츠가 대량으로 생산될 수 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사이버 공간 전반에 걸쳐 보안 위협의 양상을 급격히 바꾸고 있다. 전통적인 보안 체계는 주로 알려진 위험 요소나 이상 징후 패턴을 ‘탐지’하고 ‘차단’하는 형태로 작동해 왔다. 그러나 생성형 AI 시대에는 악성코드가 스스로 형태와 시그니처(signature)를 바꾸거나, 소셜 엔지니어링(Social Engineering) 공격을 과거 사례를 학습해 더욱 정교하게 꾸밀 수 있게 된다. 이는 기존의 정적 보안 솔루션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상황을 야기한다. 실제로 글로벌 보안 기업 팔로알토 네트웍스(Palo Alto Networks)가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직 내 AI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신종 악성코드 발생 빈도 또한 유의미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출처:https://www.paloaltonetworks.com/resources/research출처:https://www.paloaltonetworks.com/resources/research. 이는 생성형 AI가 가져다주는 효율성 이면에 새로운 공격 벡터가 무수히 열려 있음을 시사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 생성형 AI는 네트워크 트래픽 분석이나 침입 탐지와 같은 보안 업무에서도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예컨대 수많은 보안 로그와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사람이 놓치기 쉬운 지점까지 감지하고 경고를 발령하는 고도화된 AI 기반 보안 시스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비즈니스 영향 평가(Business Impact Analysis)나 보안 전문가가 수행해야 하는 반복적 업무 자동화 등에서 생성형 AI가 큰 도움을 준다는 점도 중요한 이점이다. 결국 생성형 AI는 잠재력과 위험성을 동시에 지닌 ‘양날의 검’으로서, 적절한 관리와 통제 없이는 보안 측면에서 예상치 못한 취약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비결정론적 모델과 보안적 딜레마
생성형 AI 기술이 가진 비결정론적 특성은 보안 담당자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긴다. 전통적인 보안 솔루션은 주어진 입력에 대해 비교적 예측 가능한 형태의 출력을 산출하는, 혹은 과거에 축적된 공격 패턴을 토대로 규칙을 설계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생성형 AI는 학습 단계에서 미세한 노이즈나 편향된 데이터가 유입되었을 때,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할 경우, 특정 조직이나 개인을 표적으로 삼는 정교한 피싱 이메일은 물론, AI가 만들어낸 허위 정보를 토대로 공격을 감행하는 ‘AI 기반 사회공학’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공격자가 실제 사람의 음성이나 영상을 딥페이크로 위조해 기업 임원인 척 전화를 걸어 금융 자산 이동을 지시하거나, 민감한 내부 정보를 요구하는 사례가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후반부터 전 세계 여러 보안 컨퍼런스에서 보고된 사례를 보면, 생체인식 시스템마저 딥페이크를 완벽히 차단하지 못하는 취약성이 드러났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인 보안 장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보안 관리자와 조직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보안 교육, 물리적 인증 장치 보강, 인프라 전반에 대한 주기적 점검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모델이 부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통적인 보안 방식은 조직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고, 내부 사용자는 상대적으로 신뢰하며 외부의 침투를 방지하는 데 집중한다. 그러나 비결정론적 모델과 신규 위협이 난무하는 환경에서, 네트워크 경계만 믿고서는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제로 트러스트 모델은 ‘절대 신뢰하지 말고, 계속 검증하라(Never Trust, Always Verify)’는 원칙에 바탕을 두고, 모든 사용자와 기기의 접근을 미세 단위로 점검하고 모니터링한다. 이는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변칙적인 공격 시나리오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제로 트러스트의 핵심 원칙과 적용 방안
제로 트러스트 보안 모델은 조직 내외부를 막론하고 모든 트래픽, 사용자, 기기가 잠재적 위험을 지니고 있다고 가정한다. 이에 따라 다중 인증(MFA, Multi-Factor Authentication), 최소 권한 액세스(PoLP, Principle of Least Privilege), 마이크로 세분화(Micro-segmentation) 등 다양한 보안 기술과 기법이 결합되어야 한다.
- 다중 인증(MFA): 비밀번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토큰, 생체인식, SMS 인증 등 여러 수단을 조합해 사용자의 신원과 접근 권한을 반복적으로 검증한다.
- 최소 권한 액세스: 필요 최소한의 자원에만 접근할 수 있도록 권한 범위를 제한한다. 이를 통해 내부 사용자가 의도치 않게 핵심 자원을 노출시키는 일을 방지한다.
- 마이크로 세분화: 네트워크와 자원을 소규모 단위로 나누어, 공격자가 한 구역을 뚫어도 전체 시스템에 침투하기 어렵도록 구조를 설계한다.
이에 더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실시간 분석 역량이 필수적이다. 예컨대 AI가 자동으로 로그를 분석하고, 이상 징후를 감지하면 즉시 알림이나 자동 차단 조치를 취하는 식이다. 이때 생성형 AI의 장점이 돋보이는데, 방대한 양의 보안 이벤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류·분석하여 보안 인력이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24년 이후 클라우드 기반 보안 솔루션 시장에서 제로 트러스트 기능을 제공하는 솔루션들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가트너(Gartner)의 전망에 따르면 2025년까지 기업의 60% 이상이 제로 트러스트를 핵심 보안 전략으로 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출처:https://www.gartner.com출처:https://www.gartner.com. 이는 과거의 경계형 보안(Perimeter Security) 모델이 더 이상 오늘날의 동적 위협에 충분하지 않음을 반증한다.
기업 환경이 점점 멀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엣지 컴퓨팅 등으로 복잡해질수록 네트워크 경계란 사실상 무의미해지고 있다. 따라서 중요 정보와 자산이 어디에 위치해 있든, 일관된 보안 정책을 유지하고 사용자와 기기의 접근을 지속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제로 트러스트 모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제 역할을 한다. 특히 생성형 AI 시대에는 데이터 보호와 자산 보호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는 만큼, 이러한 원칙들은 조직의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AI 보안 운영(SecOps)과 제로 트러스트의 융합
최근 들어 보안 운영(SecOps)은 AI 기술, 그중에서도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한층 진화하고 있다. 대규모 보안 이벤트 로그, 네트워크 트래픽, 사용자 행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AI는 이상 징후를 조기에 탐지하고, 잠재적 위험도를 산출해 보안 담당자에게 전달한다. 예컨대 ‘로그4j(Log4j)’ 취약성과 같은 대규모 보안 위협이 알려졌을 때, 생성형 AI는 취약한 버전의 시스템을 자동으로 식별하고 우선순위별 대응 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 공격 데이터 분석: 악성코드 샘플, 침입 시도 패턴 등을 기계학습으로 학습해 신종 위협에 대한 ‘사전 대응 능력’을 강화한다.
- 비즈니스 영향 평가: 특정 보안 사고가 발생했을 때 조직의 운영과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측정해, 한정된 보안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한다.
- 보안 자동화: 생성형 AI가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해, 수백만 건의 로그를 사람이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부담을 크게 줄인다.
여기에 제로 트러스트가 결합되면 더욱 강력한 보안 체계가 완성된다. AI가 식별한 위협 지표에 따라 접속 권한이 동적으로 변화하거나, 특정 구역이 자동으로 격리되는 등 이전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정밀하고 자동화된 방어 전략이 가능해진다. 이는 궁극적으로 보안 팀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인적 오류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줄여준다.
한편, 생성형 AI 자체도 보안 측면에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AI 모델이 학습하는 데이터셋이 편향되어 있다면, 특정 사용자가 취약하다는 잘못된 결론을 지속적으로 도출할 수 있다. 또는 공격자가 AI 모델을 ‘속이는’ 역공격(Adversarial Attack)을 시도해 잘못된 분류나 오탐지를 유도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AI 모델의 학습 단계부터 보안을 고려하는 ‘AI 거버넌스(AI Governance)’ 또한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사이버 보안 솔루션 그룹의 수석 사이버 보안 아키텍트인 마크 시모스(Mark Simos)는 2025년까지 AI 거버넌스와 제로 트러스트가 결합해야만 생성형 AI 시대의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출처:https://www.microsoft.com/security/blog출처:https://www.microsoft.com/security/blog.
최신 동향 및 데이터 기반 사례
생성형 AI와 제로 트러스트 보안 모델이 융합되는 대표적인 동향으로는 다음과 같은 실증 사례들이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Deloitte)가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AI 보안 솔루션 시장은 연평균 24%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중 제로 트러스트 원칙을 채택한 솔루션의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여러 산업에서 AI 기반의 보안 자동화 수요가 높아지면서, 분석형 AI와 생성형 AI를 혼합한 형태의 ‘하이브리드 AI 보안’이라는 개념이 부상 중이다. 아래 표는 주요 생성형 AI 보안 위협과 대응 방안을 간단히 정리한 예시다.
주요 위협 유형 | 설명 | 대응 방안 |
---|---|---|
딥페이크(Deepfake) | 개인 혹은 조직의 음성·영상을 정교하게 위조하여 신분 도용, 허위 정보 확산 등에 활용되는 공격 기법 | AI 기반 생체인식 강화, 화상 통화 시 추가 검증 프로세스 도입, 반딥페이크(Deepfake Detection) 알고리즘 사용 |
AI 기반 악성코드(Polymorphic Malware) | AI가 스스로 악성코드의 구조나 시그니처를 변경, 기존 보안 솔루션의 탐지 회피 | AI 학습 데이터 다각화, 행동 분석 기반 EDR(Endpoint Detection & Response) 솔루션 도입 |
편향된 데이터 학습(Algorithmic Bias) | 모델 학습 데이터가 편향되었거나 악의적으로 조작되어, 특정 그룹 혹은 환경에서 오탐·과잉 차단 등이 발생 | 학습 데이터 검증 프로세스 확립(AI 거버넌스), 다양한 소스의 데이터 셋 확보, 모델 평가 지표 지속 모니터링 |
AI 기반 피싱(Spear Phishing) | 과거 공격 사례와 사용자 프로파일 분석을 통해 보다 정교한 피싱 이메일을 생성해, 높은 성공 확률로 피해 유도 | 이메일 필터에 AI 도입, 사용자 교육 강화, DMARC·SPF·DKIM 등의 이메일 인증 정책 적용 |
제로 트러스트 모델 취약점(Targeting) | 제로 트러스트 구조 내에서 인증·인가 과정을 속이는 공격이나 세분화된 영역 사이를 우회하는 기법 등이 시도 | 멀티 팩터 인증 도입, 마이크로 세분화 정책 주기적 재검토, 보안 로그 및 접근 권한 트레이싱 자동화 |
실제로 2023년 말부터 국내외 대형 금융기관, 의료기관 등에서도 제로 트러스트 보안 모델을 도입하거나 시범 적용하는 움직임이 급증했다. 이는 법·규제 측면에서도 개인정보 보호 강화와 내부 보안감사 의무화가 꾸준히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로그와 이벤트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류·분석하여, 보안 사고의 징후를 기존보다 훨씬 빠른 시점에 알려줄 수 있다. 특히 금융사나 의료기관은 개인정보나 금융거래정보 등 높은 수준의 민감 데이터를 다루므로, 순간적인 방심이나 침투 시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가 매우 크다. 그렇기에 제로 트러스트 모델 도입과 생성형 AI 결합을 통해 보안 자동화와 위협 탐지 정확도를 극대화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결과적으로 생성형 AI와 제로 트러스트는 상호 보완적 관계를 유지하며, 미래 사이버 보안의 핵심 축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소개한 여러 데이터와 사례가 증명하듯, AI가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공격 기법 역시 복잡해지고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정책, 그리고 사람을 아우르는 종합적 보안 전략이 필수적이다. 정교한 보안 모델을 적용하고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것은 물론, 내부 사용자와 보안 담당자에 대한 교육과 훈련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보안 비용’이 아니라, 현대 사회를 지탱하는 ‘신뢰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