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골프존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다시 한번 산업계와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회사는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정보를 암호화하지 않은 채 파일서버에 보관하고, VPN을 도입하면서 ID/PW만으로 외부에서 내부망에 접속 가능하도록 방치하는 등 여러 관리 부실이 드러나 75억 원의 과징금과 54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습니다. 더 나아가 38만여 명의 개인정보가 보유기간이 지났음에도 파기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개인정보 보호 체계가 얼마나 총체적으로 부족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하지만 골프존 사례는 결코 특별한 예외가 아니라, 매년 끊임없이 발생하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계속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기관 곳곳에서는 새로운 보안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막대한 피해와 리스크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계속되는 배경을 살펴보고, 데이터 주권 강화와 데이터 보안 태세 관리(DSPM) 등 대두되는 보안 전략, 그리고 국내외 주요 보안 솔루션의 특징을 소개합니다.
1. 개인정보 유출 사고, 왜 끊이지 않는가
(1) 개인정보 유출 위험, 갈수록 복잡해지는 이유
공격자가 노리는 정보는 주민등록번호, 신용카드번호, 계좌번호, 비밀번호 같은 전통적인 금융·식별 정보뿐 아니라, 기업 내부 인프라에 침투하기 위한 계정정보·크리덴셜도 포함됩니다. 유출된 정보는 곧바로 다크웹 같은 지하시장에 거래되고, 랜섬웨어 공격, 스피어 피싱, 계정 탈취 등으로 이어져 더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공격 기법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우회 능력을 갖추어, 보안시스템과 정책을 피하거나 정당 사용자의 접근으로 위장하는 등 끊임없는 변종으로 발전 중입니다. 2025년까지 대부분의 기업이 클라우드 환경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공격 표면이 확장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 데이터 관리 부실이 반복되는 사례: 골프존 사건
골프존은 2023년 매출이 6,800억 원에 달하는 대기업임에도, 전 직원이 쓰는 파일서버에 고객 주민번호를 암호화 없이 저장했고, VPN 환경에서 ID/PW만으로 내부망에 접속 가능하도록 설정했으며, 불필요한 원격접속 권한을 남용했습니다.
이는 단지 “보안 인식 부족”을 넘어, 기업 내부 통제와 주기적 점검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합니다. 이미 보유기간을 넘긴 38만 명의 개인정보도 파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데이터 생명주기 관리나 삭제 프로세스가 전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강화되는 법령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사고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기업의 과징금 한도가 매출액의 3%까지 상향되는 등 규제가 세지고 있으나, 사고가 끊임없이 벌어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복합적 요인이 큽니다.
- 공격자의 기술 발전: AI·머신러닝을 악용해 신규 취약점을 빠르게 찾아내고, 정교한 피싱·사회공학 공격을 실행
- 분산된 데이터 환경: 클라우드, 모바일, 하이브리드 업무환경 등에서 데이터가 분산 보관되어 통제·관리 어려움
- 내부 직원·협력업체 취약: 관리자 권한 남용, 규정 미준수 등 내부인의 실수·고의로 인한 유출
- 보안 인력·예산 부족: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보안 전문가·조직이 충분치 않고, 우선순위가 낮게 설정
2. 데이터 주권 강화와 DSPM의 중요성 부각
(1) 글로벌 규제 강화: 데이터 현지화 움직임
개인정보·민감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 세계 국가들은 데이터 주권을 강조하며 자국 내 데이터를 현지화하는 규제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EU의 GDPR, 중국의 사이버보안법, 인도의 Personal Data Protection Bill 등에서 데이터 국외이전을 엄격히 제한하거나, 자국 내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하도록 요구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다국적 기업들은 데이터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여러 곳에 분산된 로컬 서버를 운영해야 합니다. 중앙집중적 통제가 어려워지고, 해커들은 분산된 데이터가 더 공격 표면을 넓힌다는 점을 악용할 수 있습니다.
(2) DSPM(Data Security Posture Management)의 필요성
가트너 등 글로벌 컨설팅 기관은 이러한 환경에서 **DSPM(Data Security Posture Management)**이 필수라고 강조합니다. DSPM은 데이터가 저장·이동·사용되는 전체 라이프사이클을 추적하며, 각각의 위치와 상태에 적합한 보안 정책을 지속적으로 적용하고 모니터링하는 개념입니다.
- 데이터 가시성: 어디에, 어떤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는지, 어떤 민감도·중요도를 갖는지 식별
- 정책 적용·검증: 암호화·접근제어 등 기술적 보호와, 해당 데이터가 위치한 국가·지역의 규제 준수 요건을 만족하는지 확인
- 위험도 평가: 공격 표면과 취약점을 평가, 우선순위에 따라 대책 마련
- 지속적 모니터링: 데이터의 이동·사용 내역을 실시간 감시, 이상 징후 발생 시 즉각 조치
이런 방식으로 기업은 어디에 있든 분산된 데이터를 중앙에서 일관성 있게 관리·보호하고, 지역별 규제와 보안 요구사항도 충족할 수 있게 됩니다.
3. AI 시대 더 커지는 개인정보 보호 부담
(1) AI가 초래하는 새로운 위험
더 나은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법적·부적절한 데이터 수집이 발생하면 심각한 법적 책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AI가 민감한 정보를 학습하고, 생성형 AI가 그 내용을 의도치 않게 공개하면, 기업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 AI 신뢰 문제: AI가 잘못된 데이터나 위조된 정보를 학습하면, 왜곡된 결과물을 내놓게 되고, 유출 사고 시 “AI 모델에 내 정보가 포함됐나?”라는 우려가 커집니다.
- 민감정보 재공개: 사용자가 AI에게 입력한 개인 정보가, 다른 사용자에게 노출되거나, 운영사 내부 인력에게 노출될 수 있는 위험.
(2) 자사 데이터가 AI 학습에 이용되지 않으려면
기업·기관 입장에서는 자사 핵심 데이터가 경쟁사나 무단 AI 학습 등에 이용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보안 정책이 철저해야 하며, AI 모델 개발·활용 파트너와 계약 시 데이터 보호 조항을 명확히 설정해야 합니다.
예컨대, AI에 제공되는 데이터는 암호화 상태로만 전달하고, 모델 학습 후에는 특정 데이터를 즉시 폐기토록 규정하며, DSPM 체계를 통해 안전성을 주기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권장됩니다.
4. 국내외 데이터 보호 솔루션: 접근제어·암호화·DLP…통합 플랫폼 부상
실제 현장에서 개인정보·민감정보를 보호하려면, 다양한 솔루션의 조합이 필요합니다. 아래 표는 국내외 주요 업체들의 대표 솔루션과 특징을 간략히 요약한 것입니다.
업체/솔루션 | 주요 기능 | 특징 |
---|---|---|
Thales | 데이터 식별·분류, 암호화·키관리, PQC(양자내성암호) 지원 | 데이터 라이프사이클 전 과정을 보호, 양자컴퓨팅 위협 대응 |
PnP Secure | 접근제어 솔루션 ‘디비세이퍼’ | 정형·비정형 데이터 모두 통제, 국내 다수 클라우드 환경 지원 |
Shinsiway | DB 접근제어 ‘페트라’, 암호화 ‘페트라 사이퍼’ | 고도화된 파싱 기술로 DB 쿼리 단위까지 통제, 내부자 유출까지 방어 |
지란지교소프트 | 엔드포인트 DLP ‘오피스키퍼’ | PC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변화를 실시간 분석해 유출 식별·차단 |
블루문소프트 | ‘다큐레이 올인원’ 정보보호 플랫폼(DLP,DRM 등) | 다양한 보안 기능을 통합 운영, 랜섬웨어 방어 등도 함께 제공 |
(표 1. 국내외 주요 데이터 보호 솔루션 특징 요약)
(1) 암호화·접근제어·DLP의 결합
- 암호화: 핵심 데이터(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등)를 DB나 파일서버에서 암호화 보관해, 유출 시에도 악용을 막음
- 접근제어: 권한을 엄격히 구분하고, 정형(일반 DB)·비정형(문서·이미지·파일) 데이터를 통합 관리
- DLP(Data Loss Prevention): 사용자 PC나 네트워크를 통해 민감데이터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걸 실시간 감지·차단
(2) 통합 플랫폼으로 발전
분산·복잡해지는 데이터 환경 속에서, 각각 따로 도입된 솔루션을 유기적으로 연동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암호화·접근제어·DLP·DRM 등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한 올인원 제품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관리 편의성을 높이고, 보안 이벤트에 대해 더 종합적인 분석과 대응을 가능케 합니다.
결론: 개인정보 보호와 AI 혁신, 어떻게 양립할 것인가
골프존 사례가 보여주듯, 개인정보 유출은 기업에 막대한 금전적·평판적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AI 시대를 맞이해 유출 사고의 위험은 더욱 다면화되고,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서비스일수록 DSPM, 암호화, 접근제어, DLP 같은 전략적 보안 솔루션과 관리 체계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합니다.
- 기업의 시사점
- 주기적 점검·인식 제고: 보안책임자(CISO/CPO) 주도로 내부 서버, VPN, 클라우드 환경 등에 대한 정기적 리뷰와 모의해킹을 실시
- DSPM 도입: 분산된 데이터가 어디에, 어떤 상태로 존재하는지 파악하고, 맞춤형 보호 정책을 적용
- AI 데이터 접근관리: AI 모델 학습에 활용되는 데이터를 제한·관제하고, 외부 협력사와 계약 시 데이터 보호 조항을 엄격히 반영
- 정부·기관의 역할
- 법·규제 보완: 데이터 국외이전, AI 학습데이터 활용, DSPM 등 새 환경을 반영한 제도 정비
- 인프라·지원: 중소기업 보안 지원 정책 확대, 컨설팅·솔루션 지원
- 이용자 측면
- 사적 정보 입력 자제: AI 서비스에 민감 정보를 함부로 입력하지 않도록 주의
- 피해 발생 시 신고: 유출이 의심되거나 부정 사용 흔적 발견 시 즉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알림
결국 개인정보 보호와 AI 혁신은 상충 관계가 아니라, 신뢰 기반의 디지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둘 다 필수적인 축입니다. 무분별한 데이터 수집·유출이 지속된다면, AI 발전의 근간인 데이터 품질과 공적 신뢰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것입니다. 따라서 기업·정부·소비자 모두가 보안 의식을 높이고, DSPM을 포함한 첨단 보안 솔루션을 적극 도입하는 등 통합된 노력으로 데이터 유출 리스크를 줄여나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