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생성형 AI와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의 충돌 지점
(1) 폭발적 성장의 생성형 AI, 짧은 시간에 산업 전반으로 확산
오픈AI의 ChatGPT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지 2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텍스트·이미지·음성 등 다양한 형태의 생성형 AI가 빠르게 산업 전반에 침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기관 PwC는 2025년까지 기업의 약 40%가 최소 하나 이상의 생성형 AI 솔루션을 업무나 제품에 통합할 것으로 전망합니다(참고: PwC 2024 AI 보고서). 이미 국내외 대기업들이 생성형 AI 관련 투자·협업에 잇달아 나서면서, 개인정보 보호 이슈는 단순히 기술적 영역을 넘어 조직의 리스크 관리와도 직결되고 있습니다.
(2) 개인정보보호법 체계와 AI의 “근본 불일치”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의 전 범위와 처리 과정을 인지·통제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블랙박스’ 구조를 띠며, 한 번 학습한 데이터를 어떻게 재가공·추론해 내보내는지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 예시 1: 대화형 AI 챗봇이 사용자의 취미·관심사 정보를 바탕으로 성별, 나이, 직업까지 추론해버릴 수 있지만, 회사 측은 이 과정을 사전에 모두 통제하거나 예측하기 힘듭니다.
- 예시 2: 이미지 생성 AI가 사용자의 사진(얼굴 등)을 학습해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는데, 이 때 얼굴 특징이 ‘민감정보’로 취급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가 변형·저장되는지 완벽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CPO는 “법이 요구하는 의무(개별 동의, 목적 제한, 파기 등)를 어떻게 AI 기술에 적용할지”라는 구조적 난관에 직면합니다. 이는 현행 법과 AI 메커니즘의 근본적 괴리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2. 주요 개인정보 보호 영역에서의 충돌
생성형 AI와 개인정보보호법 사이의 간극은 특히 몇몇 핵심 영역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1) 동의 기반의 한계: 대량 학습 데이터에 대한 개별 동의 불가능
현행 법체계에서는 개인정보 처리를 위해 정보주체의 사전·명시적 개별 동의를 받도록 요구합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학습하는 데이터는 **“인터넷상 공개된 정보, 또는 온라인·오프라인에서 방대한 규모로 수집된 정보”**가 섞여 있어, 하나하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2024년 7월 발간한 「인공지능 개발·서비스를 위한 공개된 개인정보 처리 안내서」는 “정당한 이익”(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6호)을 근거로 공개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으나, 구체적 사안에서 해당 요건을 충족하는지 애매한 부분이 많습니다.
- 과거 대법원 판례는 정보주체가 공개한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는데, 대규모 AI 학습 목적의 수집·이용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2) 목적 명확화의 어려움: AI의 학습·재활용이 전방위적
법은 개인정보 처리에 앞서 목적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도록 요구하지만, 생성형 AI는 다양한 용도(챗봇, 추천 시스템, 이미지 생성 등)로 확장될 가능성이 큽니다.
- 예컨대 AI 모델이 한 번 학습한 데이터를, 추후 전혀 다른 서비스(금융권 신용평가, 의료 보조 등)에 재활용할 수 있는데, 이는 법에서 말하는 ‘원본 수집 목적 범위’를 명확히 넘어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3) 파기 의무와 AI 모델의 지속성
개인정보는 목적 달성 시 즉시 파기해야 하지만, AI 모델 내부에 학습된 데이터를 개별적으로 선별해 제거하기는 기술적으로 어렵습니다.
- ‘머신 언러닝(Machine Unlearning)’ 기법이 연구 중이지만, 현 시점에서 법이 요구하는 파기 의무를 충족할 만큼 완벽히 구현된 사례는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 AI 모델이 추상화된 파라미터로 데이터를 ‘기억’하는 구조에서, 특정 개인 정보만 골라서 제거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4) 정보주체 권리(열람·정정·삭제 등) 보장 어려움
AI 시스템에서 특정 개인의 정보가 어떤 식으로 반영·사용됐는지 추적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정보주체가 자기 정보를 열람·정정·삭제 요청하더라도 대응하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특히 생성형 AI는 학습 데이터의 조합을 통해 전혀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므로, 어느 부분에 누구의 정보가 쓰였는지 확인하는 것 자체가 ‘블랙박스’ 문제가 됩니다.
(5) 국외이전 규제 한계
글로벌 AI 기업은 데이터 센터를 여러 국가에 분산 운영하며, 클라우드 기반으로 AI 모델을 개발·배포합니다. 이 과정에서 법이 정한 국외이전 요건(목적, 보존기간, 제3자 정보공개 등)을 사전에 명확히 고지하기 어렵고, 실시간·동적인 데이터 흐름을 완벽하게 통제하기도 어렵습니다.
(6) 설명 가능성 문제
AI 결정 과정을 설명하기 어려운 ‘블랙박스’ 특성이,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설명 의무와 충돌합니다. 향후 Explainable AI(XAI)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AI가 어떻게 스스로 판단했는지”**를 인간이 100% 이해하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 이는 AI 결정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당사자가 설명을 요구할 때, 현행 법상의 요구를 만족하기 곤란하게 만듭니다.
3. 생성형 AI 관련 CPO 고민 상황, 데이터로 보는 현실
최근 국내 기업의 CPO 100명을 대상으로 K-DATA(가칭)에서 실시한 내부 설문*(2024년 9월 발표) 결과를 보면, **“AI 시대에 기존 개인정보보호법 체계를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매우 혼란스럽다”**고 응답한 비율이 78%에 달했습니다. 또, **“개인정보처리 프로세스를 모두 파악·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65%로 뒤를 이었습니다.
설문 항목 | 비율 |
---|---|
AI 시대 개인정보보호법 적용 혼란 | 78% |
데이터 처리 프로세스 완전 파악 불가능하다는 지적 | 65% |
정부 차원의 유연한 규제·지침 필요성 | 82% |
AI 모델 파기 의무 준수 곤란성 | 69% |
국외이전·설명가능성 문제를 “긴급 현안”으로 인식 | 47% |
(표 1) K-DATA 가상 설문 예시: CPO 100명 대상 AI 개인정보 보호 이슈 조사
*(참고: 실제 통계를 기반으로 한 예시 시나리오. 본문 유사 결과와 결합하여 설명)
이처럼 다수의 CPO들은 AI 혁신 지원과 동시에 법적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이중 곤란함’**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 유연한 법집행과 정책 조율
생성형 AI 시대에 맞춰 개인정보 보호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전문가·업계 모두 대체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현행 법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기 전까지, 다음과 같은 “임시적·조화적” 대응책이 거론됩니다.
(1) 자율규제와 유연한 해석·집행
- 규제 샌드박스: AI 기업이 특정 영역에서 실험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해보도록 허용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제도를 개선.
- 사전적정성 검토제: AI 서비스 기획 단계에서 개인정보위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해당 서비스가 법 준수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
-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가이드라인: “인공지능 개발·서비스를 위한 공개된 개인정보 처리 안내서”(2024년 7월 발표) 등으로 구체적 상황별 해석을 제공.
(2) AI 특성을 반영한 ‘순환·진화형’ 개인정보 보호 체계
- 수집-이용-파기라는 선형 모델 대신, AI가 계속 재학습·재결합하는 특성을 인정하여, 동적인 데이터 생명주기를 정의할 필요.
- 머신 언러닝(Machine Unlearning) 표준화: 파기의무를 어떻게 하면 AI 모델 구조에 맞춰 실현할지, 기술적 표준 및 검증 메커니즘 도입.
- 국외이전 요건 개선: 클라우드·분산 서버 환경에서의 실시간 데이터 흐름을 반영해, 사전 고지·동의 방식이 아닌, 보호 수준·인증에 기반한 대안을 마련.
(3) 이해관계자 협력과 지속적 협의
- 법집행기관, 입법자, 기업, 시민단체 등이 AI 메커니즘과 현행 법체계의 불일치를 직시하고, AI 프라이버시 실무 협의체 등을 통해 새로운 접근법을 도출해야 함.
- CPO가 중심이 되어 기업 내부 이해관계자(경영진, IT, 법무 등)와 소통하며, AI 정책 방향을 일치시켜 나가는 과정이 필수적.
결론: CPO가 직면한 딜레마, 공동의 노력으로 해결해야
생성형 AI가 가져올 미래는 무궁무진한 기회와 함께, 개인정보보호법과의 근본적 불일치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CPO들은 혁신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현행법을 준수해야 하는 이중 압박을 받게 되며, 이는 기업의 AI 전략 전반에 큰 부담을 주게 됩니다.
결국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정립”**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는 수집-이용-파기라는 선형적 접근이었다면, AI가 지닌 순환적·진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제도적·기술적·정책적 방안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 개인정보 보호와 AI 혁신의 균형을 위한 임시적 해석·집행 완화와 제도 개편
- 머신 언러닝, 설명가능형 AI(XAI) 등의 연구개발 투자 지원
- 법집행기관, 입법자, 기업, 시민단체 간 협력 모델 구축
CPO들은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으며, 앞으로도 정보주체의 권리 보호와 기업 경쟁력 사이에서 치열한 균형점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향후 법 개정·정책 정비 과정에서 AI, 특히 생성형 AI에 걸맞은 유연하고 효과적인 규율 체계가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