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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R1의 등장: 저사양 칩으로 구현한 고성능 AI

딥시크 R1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미국 반도체 규제로 인해 H100 대비 사양이 낮춰진 ‘H800’을 활용하면서도, 상당히 높은 모델 성능을 달성했다는 점이다. 둘째, 개발 비용이 챗GPT나 메타의 라마(Llama) 시리즈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딥시크 측 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H800 GPU를 2개월간 시간당 2달러로 대여해 AI 모델을 학습했는데, 총비용은 557만 6000달러(약 78억 8000만원)에 그친다고 한다. 이는 메타가 최신 AI 모델 라마3(Llama 3) 훈련에 투자한 비용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AI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었던 점도 비용 절감에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내 여러 클라우드 기업이 정부 보조금과 정책 지원을 받아, 데이터 센터나 GPU 대여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적은 자원으로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점이 딥시크 R1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런 배경 덕분에 딥시크 R1은 챗봇 시장뿐 아니라, 코딩·데이터 분석·문서 요약 등 다양한 AI 활용 영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예컨대 코딩 테스트 플랫폼 ‘라이브벤치’의 최근 평가에서 R1은 정확도 65.9%를 기록했는데, 이는 오픈AI의 추론 모델 ‘o1’보다 약 2.5%포인트나 높은 성과다. 미국 수학경시대회(AIME) 2024 벤치마크에서도 R1이 79.8% 점수를 기록하여 o1의 79.2%를 근소하게 앞질렀다. 이는 AI 모델이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고등 사고력과 논리력을 요구하는 문제에서도 효율적으로 작동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어디까지나 개발·추론 성능 지표에 국한되어 있다. 데이터 보안이나 개인정보 보호 관점에서 보면, 딥시크 R1이 대규모로 수집하는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가 어디에, 어떤 식으로 저장·활용되는지 구체적인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아 논란이 이어지는 중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자국법(국가안전법 등)에 따라 민간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딥시크가 수집하는 정보에는 IP 주소, 장치 ID, 키보드 입력 패턴까지 포함된다고 알려져 있다.


개인정보 광범위 수집: 어디까지, 어떻게 저장되나

최근 하정우 네이버 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이 SNS에서 “딥시크 R1은 키보드 입력 패턴, 리듬, 장치 ID, IP 정보, 쿠키 등을 매우 광범위하게 수집한다”며 경고를 날린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특히 키보드 입력 패턴과 타이핑 리듬은 사실상 개인 식별이 가능한 ‘행동 생체인증(Behavioral Biometrics)’ 정보로 간주될 수 있다. 이는 지문·홍채처럼 사람마다 고유하기 때문에, 만약 이러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악용될 경우 심각한 사생활 침해와 보안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내 서버에 저장된다는 점 역시 우려를 더한다. 중국 정부는 국가안전법 등을 통해 기업 데이터 접근 권한을 폭넓게 확보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사용자 데이터가 정부 당국의 감시나 정치적 통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외신과 보안 전문가들은 딥시크와 같은 중국계 AI 모델이 향후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경우,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이나 미국 각 주의 개인정보법(CCPA 등)을 위반할 소지가 높다고 우려한다. 특히 해외 서버로 데이터를 이전할 때 철저한 동의 절차와 암호화 정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과징금 부과 또는 서비스 사용 금지조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아래 표는 딥시크 R1이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 사용자 정보와, 이에 대한 잠재적 보안 위험을 정리한 것이다.

수집 정보예시 및 활용 목적잠재적 위험성
장치 정보스마트폰·PC 기종, OS 버전, 장치 ID 등특정 기기를 타깃으로 해킹 시도, 사용자 동선 추적 가능
IP 주소 및 위치 정보네트워크 연결 상태 파악, 지역별 서비스 최적화사용자 위치 노출, 정부·기관의 검열 및 추적 위험
키보드 입력 패턴타이핑 속도, 간격, 오타 빈도 등행동 생체인증 수준의 고유 식별, 개인정보 무단 활용 시 사생활 침해
쿠키·로그 데이터접속 시간, 페이지 이동 내역, 세션 정보 등사용자 프로파일링, 맞춤형 광고나 검열, 2차적 데이터 결합 위험

표에서 보듯, 딥시크가 수집한다고 알려진 정보는 단순 문답 내용을 넘어선다. 사용자 행태 자체가 빅데이터로 축적되면서, 향후 어떤 방식으로 2차·3차 활용이 이뤄질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예컨대 기업 차원에서 민감한 프로젝트 내용을 딥시크를 통해 논의한다면, 기밀 정보가 그대로 중국 서버에 저장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이에 대해 딥시크 측은 “엄격한 데이터 보호정책을 준수한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구체적 기술 구현이나 감사 절차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의 평가와 글로벌 생태계 변화: 중국發 AI의 위상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딥시크 R1의 기술적 성장세는 계속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뉴욕포스트 기고와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열린 하원 공화당 콘퍼런스 연설에서 “딥시크의 부상은 미국 업계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라고 언급했다. 저성능 반도체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AI 모델을 만들어낸 것은 AI 기술 패권이 더 이상 미국·유럽만의 독점 영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반도체 제재에도 불구하고 H800 칩을 활용, 모델 훈련과 추론에 최적화된 구조를 만들어낸 것은 많은 기업과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은 결과라는 평가가 따른다.

이 같은 맥락에서, 반도체 대장주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주가가 최근 큰 변동성을 보이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중국 시장은 엔비디아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수익원이지만, 동시에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되기도 한다. 딥시크가 H800 기반으로 성능 향상을 입증함에 따라, H100과 같은 고성능 칩을 무조건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 이는 엔비디아뿐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AI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딥시크가 공개한 R1 모델이 사실상 오픈소스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모델을 개선·활용할 수 있어 AI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반대로 중국 내에서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와 기술 노하우가 대외적으로 확산되면, 장차 중국이 AI 산업의 표준을 주도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일부 보안 전문가는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된 모델에 백도어나 악성 코드를 심어, 글로벌 개발자 커뮤니티를 통한 무분별한 배포를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대응 방안: 개인정보 보호와 기술 경쟁력의 균형점 찾기

딥시크 R1 사례는 AI 기술 발전에 대한 기대와, 그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보안 리스크가 얼마나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발 AI 모델이 빠른 속도로 추격하는 상황에서, 기업과 개인은 편의성만을 좇기보다 데이터 보안과 윤리적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아래는 기업과 개인이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대응 전략이다.

  1. 기업 차원의 보안 필터링 솔루션 도입
    민감한 정보를 외부 AI 모델에 직접 입력하기 전에, 해당 정보를 자동으로 비식별화하거나 필터링해주는 솔루션을 도입하는 방안이 있다. 이를 통해 키보드 입력 패턴, 위치 정보 등 잠재적 위험 요소를 일정 부분 줄일 수 있다.
  2. 데이터 국지화 및 마스킹 처리
    해외 서버로 데이터를 이전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민감 정보는 내부 서버에서만 처리하고 AI 모델과의 연동은 마스킹된 형태로 이뤄지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은 물론, 유럽연합(GDPR) 등 각국 규제를 만족시키는 데도 유리하다.
  3. 오픈소스 모델 활용 시 코드 리뷰 체계 강화
    딥시크 R1처럼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된 모델을 활용할 때는, 백도어나 악성 코드 삽입 가능성에 대비한 정기적 감사 및 리뷰 프로세스가 필수적이다. 또한 모델 업데이트가 있을 때마다 보안 패치를 신속히 적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4. 개인 사용자 주의
    일반 사용자라면, AI 서비스에 금융 정보나 민감한 업무 자료, 혹은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데이터를 그대로 입력하는 행위를 지양해야 한다. 서비스 약관과 개인정보보호정책을 꼼꼼히 확인하고, 중국 서버나 해외 서버에 정보가 저장되는 부분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딥시크 R1뿐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AI 모델이 등장할수록 기업·기관, 개인 모두 “데이터 주권”에 대한 인식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기술발전 속도가 워낙 빠른 만큼, 규제·보안 체계 역시 선제적으로 정비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동시에 국민·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전망: AI 패권 경쟁 가속화와 국내 업계의 과제

중국발 AI 모델 딥시크 R1의 성공 사례는 미국·유럽을 비롯한 서방권이 독점해온 AI 기술 패권이 ‘다극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저성능으로 분류되는 GPU를 활용하여 비용 효율적인 모델을 만들어낸 점, 그리고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해 생태계 확장 가능성을 열어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산업 지원 정책과 맞물려,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AI 기업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예고한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규제 이슈가 갈수록 강화되는 상황에서, 딥시크 R1의 글로벌 확산 속도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이미 미국 해군은 중국산 AI 모델 사용을 금지하는 등, 공공기관이나 민감 정보 분야에서의 채택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EU의 AI Act, GDPR 등은 데이터 이전 및 보안에 대한 높은 장벽을 설정하고 있어, 딥시크가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서방권 시장 진출은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

국내 업계 입장에서는 “고성능 모델 = 고비용”이라는 공식이 딥시크 R1 사례로 인해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저비용 고효율 개발 전략과 AI 생태계 전반에서의 혁신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개인정보를 비롯한 각종 규제 요소를 준수하는 체계를 갖추지 못하면,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가진 중국 AI의 물량 공세 속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도 보안·윤리·개발 속도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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